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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을 키우는 철학적 양육의 길
1. “내 아이만 잘 되면 된다”는 사회의 피로
요즘 부모들은 점점 더 조급해진다.
좋은 학교, 좋은 성적, 좋은 커리어.
이 모든 것은 결국 ‘우리 아이의 성공’을 위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경쟁의 끝에는 묘한 공허함이 있다.
내 아이가 잘되는 것이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는 구조 속에서 이뤄진다면,
그것은 정말 ‘행복한 성공’일까?
부모로서 우리는 자주 이 질문 앞에 선다.
“아이를 위한 교육이, 정말 아이만을 위한 것인가?”
스토아 철학은 개인의 윤리에서 출발하지만,
그 궁극은 보편적 인간에 대한 책임감으로 향한다.
즉, ‘나’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삶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조화롭게 사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공성(publicness)의 시작이다.
공공성은 거창한 정치의 언어가 아니라,
매일의 가정 속 작은 말과 선택에서 길러진다.
2. 철학이 말하는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스토아 철학에서 인간은 ‘이성(logos)’을 가진 존재이며,
그 이성은 서로 연결된 세계의 일부로 존재한다.
에픽테토스는 말했다.
“너는 너 혼자가 아니라, 우주라는 큰 생명체의 한 부분이다.”
공공성이란 바로 이 깨달음에서 비롯된다.
나는 독립된 존재이지만, 동시에
타인과 세계에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적 존재라는 자각.
즉, ‘공공성’이란
-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책임감,
- 나의 행동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에 대한 인식,
- 그리고 타인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의 일부로 여기는 확장된 윤리의식이다.
아이에게 이 감각을 심어주는 일은
지금 시대의 부모에게 가장 시급하고,
또 가장 고귀한 교육이다.
3. ‘나’에서 ‘우리’로 — 공공성을 배우는 첫 단계
공공성의 시작은 거창한 봉사활동이 아니다.
그 출발은 아이가 사용하는 대명사 하나에서부터 시작된다.
“내 거야.”
“나 먼저.”
“내 친구만.”
이 언어들 속에는 이미 ‘나 중심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부모가 이때 “그건 욕심이야.”라고 단순히 훈육하는 대신,
“우리라는 말은 언제 쓰는 게 좋을까?”
라고 질문해보는 순간,
아이의 생각은 ‘나’에서 ‘우리’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공공성을 가르치는 일은
단어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시선을 옮기는 일이다.
‘내가 중심’이었던 시선을
‘우리 모두의 관계’로 옮기는 것,
그것이 진짜 교육이다.
4. 공공성은 ‘규칙’이 아니라 ‘관계’의 철학이다
많은 부모가 ‘공공성’을 가르칠 때
규칙과 예절로 접근한다.
“줄 서야 해.”
“남의 물건은 만지면 안 돼.”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지.”
물론 이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아이가 공공성의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다.
아이에게는 행동의 이유가 필요하다.
단순히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왜 그것이 중요한지’에 대한 관계적 인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쓰레기를 버리면 환경이 깨끗해져서 모두가 기분이 좋아.”
이 문장은 단순한 규칙을 넘어
‘나의 행동이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깨닫게 한다.
공공성은 지시로 배우지 않는다.
공감으로 배운다.
5. 부모의 말습관이 만드는 ‘공공의 언어’
아이의 언어 습관은 부모의 언어에서 배운다.
공공성을 말로 전하려면,
부모의 일상 언어가 나눔과 배려의 감각을 담고 있어야 한다.
- “오늘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 “이건 같이 써서 더 좋다.”
- “도움이 필요할 땐 말해도 돼.”
이런 표현들은 아이의 뇌에
‘함께 사는 감정 회로’를 심는다.
스토아 철학에서 말하는 사회적 덕(virtue of justice)은
정의뿐 아니라 타인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뜻한다.
즉, 언어가 조화로울수록 사회는 더 정의로워진다.
6. 아이가 보는 ‘공공성의 모델’은 결국 부모다
아이에게 세상은 부모의 축소판이다.
부모가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경쟁 중심적 사고’를 배운다.
부모가 감사하고 나누는 태도를 보이면
아이도 ‘공존 중심적 사고’를 익힌다.
공공성은 보여주는 철학이지, 가르치는 이론이 아니다.
가령 이런 장면을 떠올려보자.
지하철 자리에서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엄마,
마트에서 계산줄을 양보하며 웃는 아빠.
이 몇 초의 장면이
아무리 긴 말보다 강력한 철학 수업이 된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모든 행위에는 본보기의 힘이 있다”고 말한다.
아이의 눈앞에서 부모가 실천하는 공공성은
그 자체로 ‘삶의 교과서’다.
7. 경쟁보다 협력의 언어를 가르치기
현대 교육은 너무나 경쟁 중심적이다.
“누가 더 잘했어?”
“이번엔 누가 이겼어?”
이 질문들이 아이들의 세계를 좁힌다.
하지만 협력의 언어를 배운 아이는
비교 대신 연결을 찾는다.
“우리 같이 하면 더 잘 돼.”
“너 덕분에 재밌었어.”
이런 언어는 공공적 감정의 씨앗이다.
협력은 약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스토아 철학의 미덕 중 하나인 ‘정의(Justice)’는
바로 이런 상호 의존적 존중의 감정에서 자란다.
8. 사회 정의를 아이 눈높이로 풀어내는 법
‘정의’라는 단어는 어렵지만,
아이의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가르칠 수 있다.
- 친구가 놀림받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는 용기
- 순서를 지키며 기다리는 인내
- 모두가 사용할 수 있게 정리하는 배려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사회 정의의 실천이다.
아이에게 “정의란 뭐야?”라고 묻는 대신
“이 상황에서 공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묻는다면
그 순간 철학이 시작된다.
스토아 철학은 정의를 ‘관계의 질서’로 본다.
즉, 모든 정의로운 행동은
누군가를 존중하는 작은 실천에서 태어난다.
9. ‘나눔’은 배려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
아이들은 본래 나누는 존재다.
우리가 그것을 ‘이기심’으로 덮을 뿐이다.
연구에 따르면,
유아는 2세 무렵부터 타인의 감정에 반응하며,
3세 전후에는 공감적 나눔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 본성을 유지하게 하는 힘이 바로 부모의 태도다.
스토아 철학에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공동선을 추구하는 본성이 있다.
즉, ‘공공성’은 배워야 하는 기술이 아니라
깨닫고 회복해야 할 본성이다.
부모가 “나눠야 해”라고 가르치는 대신,
“나눠서 좋았어?”라고 되묻는다면
아이 안의 본성은 스스로 깨어난다.
10. 사회적 감수성을 키우는 대화 루틴
공공성을 단어로 배우는 대신,
일상 속 ‘철학 질문’을 던져보자.
- 오늘 하루,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 일이 있었을까?
- 만약 네가 친구라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이 있을까?
- 이 상황에서 공평하다는 건 뭘까?
이런 질문들은 아이의 도덕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정답을 주지 않아도 된다.
아이의 사고가 스스로 확장되도록 기다려주는 것,
그게 진짜 철학적 교육이다.
11. 공공성과 개인의 행복은 양립할 수 있을까?
많은 부모가 이렇게 묻는다.
“공공성을 가르치면 우리 아이만 손해 보는 건 아닐까?”
하지만 스토아 철학은 말한다.
“진정한 행복은 덕(virtue)에서 온다. 덕은 공동선을 지향할 때 완성된다.”
공공성은 개인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내면의 일관성을 지키는 길이다.
공정하게 행동할 때 마음이 편하고,
배려했을 때 스스로 뿌듯한 이유는,
우리의 본성이 이미 공동체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성은 ‘희생’이 아니라
자기 본성에 충실한 삶의 방식이다.
12. ‘우리’의 교육이 만드는 사회적 회복력
한 사회의 회복력은
공공성 교육에서 비롯된다.
서로의 아픔에 둔감한 사회,
결과만 중시하는 교육,
성공한 개인만 떠받드는 문화는
결국 공동체를 약하게 만든다.
아이 한 명이 타인을 존중하고,
공동의 질서를 소중히 여길 때,
그 한 명이 사회의 구조를 바꾼다.
철학은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구호가 아니라,
한 아이의 내면에서 시작되는 조용한 혁명이다.
13. 부모의 철학적 다짐
공공성을 가르치는 부모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늘 ‘함께’라는 방향을 향해 서 있는 것,
그것이 철학적 부모의 자세다.
- 내 아이만의 행복이 아니라, 모두의 행복을 꿈꾸자.
- 정의를 말하기 전에, 정직하게 행동하자.
- 공공의 선을 실천하는 것이 결국 내 아이의 품격이 된다.
공공성은 결국 ‘확장된 사랑’이다.
14. 결론 — 철학이 길러내는 공공의 감정
아이에게 공공성을 가르친다는 것은
아이에게 세상을 선물하는 일이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세상은 네 덕분에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어.”
이 메시지를 일상 속에서 전하는 부모는
이미 철학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다.
스토아 철학은 개인의 평정에서 출발하지만,
그 평정은 결국 타인과 세계를 향한 책임으로 완성된다.
아이의 철학은 가정의 언어에서 자란다.
그 언어가 ‘나’가 아닌 ‘우리’를 품을 때,
그 아이는 진짜 세상과 연결된 사람으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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