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쉽게 사과하지 않는다.특히 아이에게는 더 그렇다.설명은 할 수 있다.훈육도 할 수 있다.하지만 “미안해”라는 말은어쩐지 권위를 내려놓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그래서 많은 어른이사과 대신 이유를 덧붙인다.“엄마도 힘들었어.”“네가 먼저 그랬잖아.”“그럴 수밖에 없었어.”그 말들 사이에서진짜 사과는 빠져버린다.사과는 권위를 무너뜨리지 않는다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어른의 자리를 포기하는 일이 아니다.오히려 책임의 자리를 분명히 하는 일이다.감정이 앞섰던 순간,말이 날카로웠던 장면,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못했던 태도.그 부분을 인정하는 것은어른이 관계를 지키겠다는 선언과 같다.권위는 완벽함에서 나오지 않는다.책임에서 나온다.아이는 ‘누가 틀렸는지’보다 ‘관계가 안전한지’를 본다아이에게 중..
❝틀림은 실수가 아니라 관계의 시험이다❞아이에게 ‘틀렸다’는 경험은정답을 맞히지 못했다는 의미보다관계에서 밀려났다는 감각에 더 가깝다.그래서 아이는틀리는 순간보다틀린 뒤의 어른 표정을 더 오래 기억한다.그 표정이 말해주는 것은정답이 아니라 안전이다.1) 틀렸을 때 분위기가 무너지지 않을 때아이가 답을 잘못 말했을 때집 안의 공기가 갑자기 바뀌지 않는 순간이 있다.한숨, 표정 변화, 급한 정정.이런 신호가 없는 집에서는틀림이 사건이 되지 않는다.틀렸지만관계는 그대로라는 경험.이 경험이 쌓일수록아이는 틀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2)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먼저 묻는 어른정답보다 먼저사고의 경로를 묻는 질문이 있다.“왜 그렇게 생각했어?”“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이 질문은틀림을 실패로 고정하지 ..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보이지 않게 이동할 뿐이다❞어느 순간부터 아이는 울지 않는다.화를 내지도 않고, 떼를 쓰지도 않는다. 어른의 눈에 그 아이는 ‘많이 컸고’, ‘말을 잘 듣고’, ‘이해심이 많은 아이’처럼 보인다.하지만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그 아이의 감정은 정말 사라진 것일까.아니면 더 이상 안전하게 드러낼 수 없게 된 것일까.이 글은 감정을 숨기는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서서히 형성되는 과정을 따라가 보려 한다.1) 감정을 드러냈을 때 반복되는 부정의 경험아이의 감정은 처음부터 과하지 않다.다만 어른의 기준에 맞지 않을 뿐이다.“그 정도로 속상해할 일은 아니야.”“왜 그렇게 예민해?”“그만 좀 해.”이 말들이 반복될수록 아이는 배운다.이 감정은 환..
❝사과보다 먼저 보여야 하는 것은 회복이다❞ 어른도 화를 낸다.아무리 감정을 다스리려 애써도, 피로가 쌓이고 여유가 사라지면 말은 날카로워지고 목소리는 높아진다. 그 순간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변명한다. 인간이니까, 참을 만큼 참았으니까, 상황이 그랬으니까.하지만 아이 앞에서의 분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장면이 된다. 아이는 화를 낸 이유보다, 화가 지나간 뒤 어른이 어떤 상태로 돌아오는지를 더 오래 기억한다.이 글은 화를 내지 않는 어른의 이야기라기보다, 화를 낸 뒤 어떻게 회복하는 어른의 모습이 아이에게 남는지에 대해 말하려 한다.1) 화를 냈다는 사실을 지우려 하지 않을 때많은 어른은 화를 낸 뒤 그 일을 빨리 덮고 싶어 한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거나, 분위기를 바꾸려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 불안한 부모의 뒷모습이 아이에게 남기는 것들부모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아이 앞에서는 흔들리지 말아야지.”“불안한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지.”그래서 우리는감정을 정리한 척하고,괜찮은 얼굴을 하고,아이 앞에서는 단단한 어른인 양 선다.하지만 아이는생각보다 훨씬 예민하게어른의 상태를 읽는다.아이에게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어른이 흔들리는가 아닌가가 아니라,흔들릴 때 어떻게 존재하는가. 1. 아이는 말보다 분위기를 먼저 읽는다아이에게 어른의 흔들림은설명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말수가 줄어든 날웃음이 사라진 저녁사소한 일에 예민해진 반응아이의 몸은이 변화를 먼저 감지한다.아이에게 어른은정서적 환경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아이는이렇게 배우기 시작한다.지금은 조심해야 하는 시간인가?나의 감정은 안전한가? 2. 숨겨진 불..
— 아이가 ‘힘’을 두려워하지도, 숭배하지도 않게 하려면아이에게 권력은국가나 정치에서 먼저 배우는 개념이 아니다.아이는 훨씬 더 이른 시기에권력을 경험한다.바로 가정에서.누가 결정하는가누구의 말이 우선되는가힘은 설명과 함께 오는가, 아니면 명령으로 떨어지는가이 모든 장면이아이에게는 권력에 대한 첫 교과서가 된다.1. 부모는 아이가 처음 만나는 ‘권력자’다부모는 아이의 일상을 결정한다.언제 자고,무엇을 먹고,어디에 가며,무엇이 허용되는지.이 힘은 필연적이다.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하지만 아이에게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이 힘은 어떻게 사용되는가?가정은 권력이 폭력이 될 수도 있고,돌봄이 될 수도 있는첫 무대다.2. 명령은 복종을 가르치고, 설명은 판단을 가르친다부모는 바쁠수록명령의 언어를 쓰기 쉽다..
— 말 한마디, 선택 하나가 ‘어른의 기준’이 되는 순간들아이를 키우기 전에는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나이를 먹는 것,책임을 지는 것,스스로를 부양하는 것.그 정도로 어른을 이해했다.하지만 아이 앞에 서는 순간,어른의 의미는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아이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단순히 보호자가 되는 일이 아니라,세상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1. 아이 앞에서 어른은 ‘설명서’가 된다아이는 세상을 직접 이해하기보다먼저 어른을 통해 해석한다.이 상황에서 화를 내도 되는지힘이 있을 때 어떻게 써야 하는지잘못했을 때 어떻게 수습하는지아이에게 부모는말보다 앞서 존재하는 설명서다.그래서 아이 앞에서의 어른은항상 질문받는 존재가 된다.왜 그렇게 말했어?왜 그렇게 선택했어?대답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