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는 규칙이 필요하다.잠드는 시간, 스마트폰 사용, 말의 방식, 식탁에서의 태도.문제는 규칙 그 자체가 아니라그 규칙이 어떻게 전달되는가에 있다.“그냥 안 돼.”“원래 그런 거야.”“말대꾸하지 마.”이 문장들 속에서아이는 규칙을 배우기보다관계를 먼저 느낀다.이해되지 않은 통제는 감정으로 남는다아이는 모든 논리를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다.하지만 설명을 들었는지,자신이 존중받았는지는 분명히 감지한다.이유를 모른 채 반복되는 금지는아이에게 두 가지 감정을 남긴다.하나는 혼란이다.“왜 안 되는지 모르겠지만, 안 된다고 한다.”다른 하나는 무력감이다.“설명은 필요 없고, 나는 따라야 한다.”이 감정은 당장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하지만 내면에는 작은 질문으로 쌓인다.규칙은 기준이 되거나, 힘의 상징이 된다설명이..
부모는 아이를 가르친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예절을 말해주고, 옳고 그름을 설명하고,어떤 선택이 더 나은지 알려준다.하지만 아이에게 더 오래 남는 것은그 설명이 아니라설명하지 않았던 순간들이다.부모가 하루를 대하는 표정,실수를 마주하는 방식,타인을 이야기할 때의 말투.아이의 기준은이 조용한 장면들 속에서 만들어진다.아이는 말을 배우기 전에 태도를 읽는다아이는 어른의 세계를논리로 이해하지 않는다.대신 분위기로 받아들인다.엄마가 피곤한 날 세상을 어떻게 말하는지,아빠가 문제를 만났을 때 누구를 탓하는지,누군가의 성공을 들었을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열심히 살아야 해.”라는 말보다피곤해도 책임을 끝내는 모습이 더 강력하고,“남을 존중해야지.”라는 설명보다서비스 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더 선명하다.아이에게 삶은설..
아이의 변화는 대부분 갑작스럽지 않다.문제처럼 보일 만큼 크지도 않고,어른의 주의를 끌 만큼 요란하지도 않다.오히려 아주 사소한 장면에서 시작된다.하던 말을 중간에 멈추는 순간,질문 끝에 덧붙는 “괜찮아, 아니야”라는 말,무언가를 선택하기 전에 어른의 얼굴을 먼저 살피는 눈빛.이때 아이는 아직 달라 보이지 않는다.하지만 그 안에서는 중요한 방향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아이는 자기 기준에서 벗어나타인의 반응을 기준으로 삼기 시작한다.말의 내용보다 타이밍이 바뀐다눈치를 보기 시작한 아이는말을 아예 안 하는 사람이 되지 않는다.다만 말하는 타이밍이 달라진다.말하고 싶은 순간이 아니라,말해도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기다린다.이 기다림 속에서아이의 생각은 점점 압축되고,감정은 말로 나오기 전에 걸러진다.부모는 ..
아이는 세상에 나가서 갑자기 감정을 배우지 않는다.학교에서, 사회에서, 관계 속에서 사용하는 감정의 방식은이미 집 안에서 충분히 연습된 뒤에 밖으로 옮겨진다.그래서 어떤 아이는불편함을 느껴도 말할 수 있고,어떤 아이는 괜찮지 않으면서도 웃는다.이 차이는 성격이 아니라어떤 감정이 집에서 허용되었는지의 차이에서 시작된다.감정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허용되는 것이다부모는 종종 아이에게 감정을 가르치려 한다.화가 날 때는 이렇게 해야 하고,슬플 때는 이 정도에서 멈춰야 하며,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하지만 감정은 설명으로 배워지지 않는다.감정은 표현했을 때 관계가 끊어지지 않았던 경험으로 학습된다.아이가 울었을 때혼나지 않았는지,무시되지 않았는지,서둘러 멈추게 하지 않았는지.그 경험들이 쌓여이 감정은 괜찮..
부모는 종종 말보다 한숨을 먼저 내쉰다.아이 앞에서 조심하려고 애쓰지만,피로가 쌓인 하루의 끝에서,설명하기엔 힘이 남지 않았을 때한숨은 생각보다 쉽게 흘러나온다.그 한숨은 대개 아이를 향한 것이 아니다.일이 많아서일 수도 있고,상황이 버거워서일 수도 있으며,스스로에게 실망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하지만 아이에게 한숨은 이유 없는 소리가 아니다.아이의 세계에서 부모의 반응은 언제나 맥락을 가진다.설명이 없어도, 아이는 그 소리를 해석한다.아이는 말보다 반응을 먼저 배운다아이는 언어를 완전히 이해하기 전에이미 어른의 분위기를 읽는다.말은 “괜찮아”라고 하지만표정은 굳어 있고,어깨는 내려가 있고,숨은 길게 빠져나온다.아이에게 중요한 정보는말의 내용이 아니라그 말이 나올 때의 공기다.부모의 한숨은“이 상황은 힘들..
부모는 아이의 성장을 말의 양으로 가늠하려는 경향이 있다.질문을 많이 하면 똑똑한 것 같고,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면 사고력이 자라고 있다고 느낀다.반대로 아이가 조용해지면, 말을 아끼기 시작하면, 우리는 불안해진다.혹시 생각을 멈춘 건 아닐까, 감정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 무언가 잘못된 건 아닐까 하고.하지만 아이의 성장은 언제나 소리와 함께 진행되지는 않는다.말이 줄어드는 시기에도, 아이는 여전히 배우고 있고, 오히려 그 배움은 이전보다 더 깊은 층위에서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비어 있다는 뜻이 아니라, 안에서 무언가를 정리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말은 가장 바깥에 드러나는 결과일 뿐이다아이의 말은 생각의 시작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생각은 언제나 말보다 먼저, ..
❝아이는 사회를 직접 만나기 전에, 먼저 집에서 살아본다❞아이에게 사회는학교에서 처음 시작되지 않는다.아이에게 사회는가족 안에서 이미 한 번 완성된다.말이 오가는 방식,힘이 쓰이는 방향,갈등이 처리되는 순서.이 모든 것이아이가 처음으로 경험하는‘사회 운영 방식’이다.1) 가족은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가족은 작다.하지만 권력은 분명히 존재한다.누가 결정하는지,누구의 말이 마지막인지,누구의 감정이 먼저 고려되는지.아이는 이 구조를말없이 배운다.👉 사회란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이기는 곳인지,힘을 가진 사람이 조정하는 곳인지,아니면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곳인지.가족은 아이에게권력의 첫 모델을 제공한다.2) 가족은 ‘약자가 보호받는 방식’을 보여준다아이에게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힘이 없을 때,실수..
❝공동체는 설명으로 배우지 않고, 살아보며 익힌다❞아이에게 공동체는교과서 속 단어가 아니다.함께 산다는 말,서로 배려한다는 말은설명될 때보다경험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아이의 몸이 먼저 기억하는 것은회의실이 아니라식탁이고,규약이 아니라일상이다.그래서 공동체는가르치는 것이 아니라살아보게 해야 한다.1) 공동체의 첫 장면은 ‘함께 쓰는 공간’이다아이에게 공동체의 시작은같은 공간을 쓰는 경험이다.장난감을 혼자 소유하지 않고,거실을 혼자 점령하지 않고,소음을 조절해야 하는 순간들.이 경험 속에서아이는 배운다.👉 나의 편의가항상 우선은 아니라는 것을.이 깨달음은훈계로는 오지 않는다.조정의 경험으로만 온다.2) 공동체는 역할을 맡아볼 때 실감이 난다아이에게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고 싶다면책임을 맡길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