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icareum 님의 블로그

1. 방향이 없는 배는 바람에 흔들린다육아는 바다와 같다. 잔잔한 날도 있지만, 예고 없이 몰아치는 파도도 있다.밤새 울어대는 아기, 예민한 사춘기 아이, 예기치 않은 학교 문제, 혹은 비교의 늪에 빠져드는 나 자신.이 바다 위에서 우리는 늘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품고 흔들린다.그런데 어떤 부모는 같은 파도를 만나도 덜 흔들린다.그 차이는 철학이다.철학이란 거창한 지식이 아니다.내가 아이를 왜 이렇게 키우려 하는지,무엇이 ‘좋은 삶’이라고 믿는지,어떤 인간으로 자라길 바라는지를스스로에게 묻고 답해본 사람만이 세울 수 있는 삶의 기준이다.방향이 있는 배는 파도에 흔들려도 전복되지 않는다.양육의 철학은 바로 그 방향의 나침반이다.2. 철학이 없을 때 생기는 혼란철학이 없는 양육은 외부 기준에 끌..

— 스토아 철학으로 보는 ‘지친 엄마의 마음 구조’🌱 서문: ‘왜 이렇게 피곤하지?’의 근원을 따라가다“나는 왜 이렇게 지칠까?”많은 엄마들이 하루 끝에서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오늘도 아이를 챙겼다.숙제, 식사, 일정, 감정까지.모든 것이 ‘잘 굴러가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그런데도 마음은 텅 비어 있다.마치 아무리 물을 퍼 부어도 밑이 뚫린 항아리 같다.이 피로는 단순히 육체적인 것이 아니다.‘해야 할 일’이 많아서 오는 피로가 아니라,‘모든 걸 잘 해야 한다’는 내면의 강박에서 비롯된 피로다.스토아 철학은 이런 상태를 ‘통제 불가능한 것을 통제하려는 시도’라고 말한다.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우리가 스스로를 소진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1장. 피로의 심층 구조 — “모든 걸 내가..

“나는 누구일까?”라는 아이의 물음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1. 프롤로그: 정체성 질문은 언제 시작되는가아이들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정체성 질문’을 던진다.“엄마, 나는 왜 남자야?”“왜 나는 친구처럼 키가 크지 않아?”“나는 잘하는 게 없는 것 같아.”“나는 커서 뭐가 될까?”어른의 눈에는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세계를 이해하고 자기 자리를 찾으려는 진지한 탐색이다.특히 초등학교를 전후한 시기에는 비교와 자각이 활발해진다.다른 아이와 나를 비교하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시작되는 것이다.이 순간 부모의 반응은 아이의 자존감, 세계관, 자기 이미지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철학적 태도 없이 단순히 “괜찮아” 혹은 “넌 잘하고 있어”라는 말로 얼버무린다면, 아이는 자기 질문이 제대로 다뤄지지..

1. 프롤로그: 고전은 왜 여전히 유효할까?부모로서 우리는 늘 고민한다. “아이에게 어떤 책을 읽혀야 할까?”시중에는 수천 권의 동화책과 학습만화, 자기계발식 어린이 책이 넘쳐난다.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색이 바래지 않는 책들이 있다. 바로 고전(古典)이다.고전은 단순히 오래된 책이 아니다.고전은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동안 인간의 마음과 사회를 비추어 온 거울이다.고전 속에는 인간의 본성, 삶의 지혜, 사회의 갈등, 사랑과 용기, 불안과 희망 같은본질적인 주제가 담겨 있다.하지만 문제는 아이에게 고전을 어떻게 읽힐 것인가?이다.너무 어렵게 던져주면 흥미를 잃고, 너무 단순화하면 깊이가 사라진다.그래서 부모의 역할은 “아이의 수준에 맞는 철학 동화 고르기”이다.2. 고전 읽기의 철학적 의미스토아 철학자 ..

― 아이를 키우는 일을 넘어, 서로의 인생을 함께 키우는 법 ― 1. 서론 ― 육아가 드러내는 관계의 민낯아이를 낳으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건 ‘부부 관계의 진짜 모습’이다.연애 시절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차이들이, 육아라는 거대한 공동 프로젝트 앞에서 한꺼번에 튀어나온다.누군가는 집안일의 양을 더 민감하게 세고,누군가는 아이의 발달 속도를 더 불안하게 바라보며,누군가는 가족보다 일터를 우선순위에 두려 한다.육아는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일이 아니다.육아는 관계의 본질을 시험하는 일이고, 부부가 어떤 팀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우리는 단순히 육아 파트너인가, 아니면 삶의 동반자인가?”2. 파트너와 동반자의 차이2-1. 파트너십의 특징업무적 역할 분담에 가깝다.“..

프롤로그: 엄마의 몸은 투명한가?아침 6시 반, 눈이 떠지기도 전에 아이의 발길질이 허리에 꽂힌다.“엄마, 물!”“엄마, 이불 덮어줘!”엄마의 하루는 아이의 요구로 시작한다.아침밥을 챙기고, 아이를 씻기고, 등원시키고,직장에 가서는 동료의 눈치를 보고,퇴근 후에는 집안일과 아이의 숙제를 챙긴다.밤이 되면 거울 속의 얼굴이 낯설다.피곤함에 지쳐 주름진 얼굴, 무거운 눈꺼풀,그리고 “나는 괜찮아, 엄마니까.”라는 자기 위안.그런데 정말 괜찮을까?우리는 아이의 영양은 꼼꼼히 챙기면서,정작 내 몸의 피곤은 외면한다.아이의 건강검진은 철저히 챙기면서,정작 내 건강검진은 몇 년째 미뤄두기도 한다.엄마의 몸은 아이의 그림자가 아니다.엄마의 몸은 곧 아이가 의지하는 뿌리다.스토아 철학은 이렇게 묻는다.👉 “그대의 몸..

1. 울음, 아이가 가진 가장 오래된 언어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세상에 건네는 첫 신호는 울음입니다. 그 작은 울음소리에는 아이의 생존 본능이 담겨 있고, 세상과 소통하려는 최초의 몸짓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울음을 ‘그쳐야 할 것’, ‘진정시켜야 할 것’으로만 바라보지만, 사실 울음은 아이가 가진 가장 원초적이고 솔직한 언어입니다.스피노자와 세네카 같은 철학자들은 감정을 ‘억눌러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신호’로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아이의 울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울음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고, 불편함을 알리며, 도움을 요청합니다. 따라서 부모가 울음을 단순히 ‘문제’로만 바라보는 순간, 아이와의 소통은 단절되고 맙니다.철학적 태도란 곧 질문을 바꾸는 태도입니다.“왜 이렇게 ..

1. 왜 엄마는 아이의 미래를 그렇게 걱정하게 될까?엄마의 마음속에는 늘 두 개의 시계가 있습니다.하나는 지금 이 순간을 보여주는 현재의 시계,다른 하나는 아직 오지 않은 날을 상상하게 만드는 미래의 시계입니다.문제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미래의 시계’를 너무 오래 들여다본다는 것입니다.“지금 이렇게 하면 나중에 초등학교 가서 힘들지 않을까?”“다른 애들은 벌써 이걸 하는데, 우리 애는 뒤처지는 건 아닐까?”“좋은 대학에 가려면 지금부터 뭘 준비해야 하지?”이런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 잡으면, 현재의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합니다.눈앞에 있는 아이가 ‘오늘’을 살고 있는데, 우리는 ‘10년 후’의 그림을 덧씌워 평가합니다.2. 스토아 철학이 말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