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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아 철학이 알려주는 ‘넘어짐의 가치’
며칠 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시험지를 들고 조심스레 제 방 문을 두드렸습니다.
표정은 이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죠.
“엄마… 이번에 조금 망했어.”
종이를 받아 든 저는 처음엔 결과보다 아이의 얼굴을 먼저 살폈습니다.
실패 자체보다 **‘실패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저 역시 워킹맘으로 살며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저도 일과 육아를 매일 juggling(저글링)하며 수없이 실수합니다.
보고서 제출 시간을 놓치기도 하고, 중요한 회의에 아이 등원을 맞물려 허둥대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탓하던 제게 스토아 철학은 하나의 힌트를 주었습니다.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판단이다.” — 에픽테토스
아이의 실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과는 이미 지나갔고, 남은 것은 **‘그 실패를 어떤 자산으로 바꿀 것인가’**입니다.
오늘은 제 경험과 스토아 철학을 바탕으로,
실패를 두려움이 아니라 성장의 토양으로 바꾸는 부모의 대화법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1. “왜 틀렸어?” 대신 “어떤 점이 어려웠어?”
부모가 무심코 던지는 가장 흔한 질문이 바로
“왜 틀렸어?”, “더 잘할 수 있었던 거 아니야?” 입니다.
하지만 이 질문은 아이의 시선을 ‘결과’에만 고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마치 시험은 맞고 틀림을 가르는 심판대이고,
자신은 그 앞에서 평가받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처럼 느끼게 합니다.
스토아 철학은 사건의 본질을 관찰하는 힘을 강조합니다.
잘못을 탓하기보다, 그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 “어떤 부분이 제일 막혔어?”
✔ “이 문제를 다시 푼다면 어떤 전략을 써보고 싶어?”
✔ “이번 경험을 통해 발견한 게 있었어?”
이런 질문들은 실패를 ‘분석’하게 하고,
분석은 곧 자기 사고 습관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아이는 실수의 원인을 두려움 없이 탐색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실패를 피하는 아이가 아니라, 실패를 다룰 줄 아는 아이로 자라죠.
2. 감정 먼저 받아주기: “속상했겠다, 엄마도 그런 날 많아”
실패 앞에서 아이가 느끼는 감정은 다양합니다.
창피함, 실망, 두려움, 걱정…
그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부 전략’을 논하는 건
거의 먹히지 않습니다.
우리가 회사에서 큰 실수를 한 날,
상사가 “왜 그랬어요?”부터 묻는다고 생각해보세요.
감정은 억눌리고,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겁니다.
아이도 같습니다.
✔ “속상했겠다.”
✔ “그럴 때 마음이 참 무겁지.”
✔ “엄마도 실수하면 한동안 기분 가라앉아.”
감정을 인정받은 아이는 마음이 안정되고,
그제야 다시 문제를 바라볼 ‘정서적 공간’을 얻습니다.
스토아 철학에서 말하는 평정심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힘입니다.
아이에게 이 힘을 키워주려면
먼저 ‘감정이 틀린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주어야 합니다.
3. 실패와 ‘자기 가치’를 분리시키기
아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과를 자기 가치와 연결해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틀리면 나는 못난 사람인가?”
“실패하면 나는 부모를 실망시키는 존재인가?”
스토아 철학에서는 인간의 가치를 성과가 아니라 행위의 의도와 노력에서 찾습니다.
아이와 대화할 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해주세요.
✔ “성적은 네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는 지표가 아니야.”
✔ “네가 노력하는 태도가 너를 성장시키는 거야.”
✔ “결과는 외부 요인도 많아. 하지만 네 태도와 선택은 네가 가져가는 자산이야.”
이런 문장은 어릴 때 들으면 큰 울림이 없을지 몰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 삶의 기준점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4. 해석의 전환: “이 경험이 너를 어떻게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까?”
스토아 철학의 강점은 해석의 힘입니다.
같은 실패를 두고도
“이게 다 내 탓이야”라고 해석하는 아이와
“이걸 통해 더 강해질 거야”라고 해석하는 아이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이와 이렇게 대화를 이어가 보세요.
✔ “이번 경험 덕분에 새로 배운 게 뭐야?”
✔ “너만의 공부 방식에서 하나 수정할 점이 생긴 것 같아?”
✔ “다음엔 어떤 접근이 더 편할까?”
이러한 질문은 아이가 실패를 ‘자기 성장의 피드백’으로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즉, 실패가 감정의 상처가 아니라 학습 자산으로 바뀝니다.
5. 부모의 실수도 아이에게 보여주기
아이들은 ‘완벽한 부모’에게서 배우지 않습니다.
오히려 솔직하게 실수하는 부모를 통해 회복력을 배웁니다.
예를 들어, 저는 가끔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도 오늘 회의에서 발표하다가 말 꼬였어.
근데 다음엔 조금 더 준비해서 해볼 거야.”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실수해도 괜찮다’는 생생한 메시지를 듣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실수 이후의 부모 태도를 보고 배운다는 점입니다.
실패를 했어도
✔ 침착하게 상황을 다시 보려고 하는 태도
✔ 탓하기보다 배우려고 하는 태도
✔ 자기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태도
이 모든 것이 아이에게는 살아 있는 스승이 됩니다.
6. “실패 없는 성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와 사회 모두 ‘성공의 사례’만 강조합니다.
하지만 스토아 철학을 비롯해 수많은 고전은
성장은 실패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성공은 기분을 좋게 하지만,
실패는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오히려 실패가 없다는 건
도전도, 확장도 없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실패를 피하지 않는 용기이고,
실패 후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기술입니다.
7. 실패를 자산으로 쌓는 집의 분위기 만들기
다음과 같은 작은 습관들을 실천해보세요.
✔ ‘오늘의 작은 실패’를 편하게 말하는 시간 만들기
저녁시간, “오늘 뭐가 제일 잘 됐어?”보다
“오늘 뭐가 조금 엉켰어?”라고 물어보면
실패가 일상 대화의 일부가 됩니다.
✔ 실패를 문제로만 다루지 않고 ‘스토리’로 다루기
“이번 일은 너의 어떤 장면이지?”
이렇게 말하면 실패를 인생 내 ‘한 에피소드’로 바라보게 됩니다.
✔ 실패를 함께 축하해보기
“와, 도전했기 때문에 생긴 실패네! 가치 있는 실패다.”
아이는 실패가 ‘우리가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다루는 것’이라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8. 아이에게 남겨주고 싶은 문장
저는 아이가 실패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다음 두 문장을 떠올립니다.
“실패는 너를 정의하지 않는다.”
“실패는 네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 역시
자신의 아이에게, 또는 자기 자신에게
이런 문장을 건네게 되겠죠.
스토아 철학의 목적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더라도 다시 중심을 잡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가 그런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작은 실패 하나를 함께 이야기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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