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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로 이기지 않겠다는 결심이 아이의 사고를 자라게 할 때

부모는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설명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 왜 그러면 안 되는지, 왜 지금은 안 되고 나중이어야 하는지.
부모의 하루는 사실상 끝없는 설득의 연속이다.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사회 규범을 가르치기 위해서,
실수를 줄여주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부모는 아이의 말 위에 자신의 말을 덧붙인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는 문득 깨닫는다.

아이가 말을 잘 듣는 것 같지만
생각은 점점 말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이 질문에서 이 글은 시작된다.

설득받으며 자란 아이는
과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어른이 될까?

 

1. 설득은 언제나 힘의 구조를 전제로 한다

설득은 중립적인 행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힘의 비대칭이 존재한다.

부모는 경험을 가지고 있고,
정보를 더 알고 있으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아이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설득은 종종 이렇게 시작된다.

“엄마가 해봐서 아는데.”
“어른 말 들으면 손해 안 봐.”

이 문장들은 논리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권위의 선언에 가깝다.

설득의 목적은
아이의 생각을 확장하는 데 있지 않다.
이미 정해진 방향으로
아이를 이동시키는 데 있다.

이 순간부터 대화는
탐색이 아니라 이동이 된다.

2. 설득 속에서 아이는 ‘도달자’가 아니라 ‘도착자’가 된다

생각이란 본래
헤매고, 멈추고, 돌아가며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설득이 많은 환경에서는
이 과정이 생략된다.

부모는 아이가 헤매지 않도록
미리 길을 닦아준다.

그 결과 아이는
스스로 도달한 사람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곳에 도착한 사람이 된다.

도착한 생각은
아이의 것이 아니라
빌려온 생각이 된다.

3. 왜 우리는 설득을 멈추기 어려운가

부모가 설득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를 통제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설득한다.

  • 다치지 않게 하려고
  • 실패하지 않게 하려고
  •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게 하려고

하지만 아이의 삶은
부모의 경험을 복제하는 과정이 아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실수 없는 인생이 아니라
실수를 해석할 수 있는 사고력이다.

4. 설득하지 않는 대화는 결론을 비워둔다

설득하지 않는 대화에서
부모는 결론을 들고 시작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 선택이 너에게 어떤 의미야?”

이 질문들은
아이를 특정 답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가
자기 생각을 끝까지 밀어볼 수 있도록
공간을 남긴다.

5. 아이의 미숙한 판단을 견디는 힘

아이의 생각은 종종
어른의 기준에서 보면 위험하고 비합리적이다.

그래서 부모는 불안해진다.

하지만 설득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이의 판단을 무조건 허용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의 사고 과정이 드러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이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생각을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끝까지 보게 하는 것이다.

6. 말로 이기지 않겠다는 윤리적 선택

부모는 아이를 상대로
항상 이길 수 있다.

논리로,
경험으로,
권위로.

그러나 설득하지 않는 대화는
이길 수 있음에도
이기지 않겠다는 결심에서 시작된다.

이 결심은
부모의 약함이 아니라
관계에 대한 성숙이다.

7. 설득 없는 대화는 책임을 아이에게 돌려준다

설득된 선택은
결과가 좋지 않을 때
항상 원인을 외부로 돌릴 수 있다.

“엄마가 그렇게 하랬잖아.”

그러나 스스로 생각해 내린 선택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아이 자신의 몫이 된다.

이 경험은
아이를 빠르게 성숙시킨다.

8. 부모의 말은 정답이 아니라 참고 자료가 된다

설득하지 않는 대화 속에서
부모의 생각은 특권을 잃는다.

그것은
하나의 관점이자
하나의 사례가 된다.

아이는 부모의 생각을
수용할 수도,
거부할 수도 있다.

이 선택권이 있을 때
사고는 자란다.

9. 설득을 멈출수록 질문은 깊어진다

아이와의 대화가 얕아지는 이유는
아이의 어휘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이미 답이 정해진 대화에는
질문이 자랄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설득을 내려놓는 순간
아이는 묻기 시작한다.

“그럼 다른 선택은?”
“이렇게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 질문들이
사고의 근육을 만든다.

10. 설득하지 않는 태도는 아이에 대한 신뢰다

부모가 아이를 설득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이의 사고 능력을 믿는다는 뜻이다.

너는 생각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

이 믿음은
아이의 내면에 오래 남는다.

11. 사회는 설득당한 사람보다 생각하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아이를 설득 잘 듣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편하다.

하지만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지시에 잘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시민이다.

설득하지 않는 대화는
민주적 감각의 출발점이다.

12. 느리지만 깊은 성장

설득하지 않는 대화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결론이 없고,
답답하며,
때로는 불안하다.

하지만 이 느린 시간 속에서
아이의 사고는
단단해진다.

마무리: 대화는 이기는 것이 아니라 키우는 것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아이의 생각을
부모의 생각으로 바꾸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 스스로 생각에 도달할 수 있도록
옆에서 기다려주는 일이다.

설득하지 않는 대화는
부모에게 더 큰 인내를 요구한다.

그러나 그 인내는
아이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된다.

아이의 삶은
부모의 논리가 아니라
아이 자신의 사고 위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설득하지 않는 대화가 아이를 키운다
설득하지 않는 대화가 아이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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