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그렇게 많은 말을 하게 되는가❞우리는 설명한다. 설명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길 것 같고, 침묵하면 무책임한 사람으로 보일까 두렵기 때문이다. 상황이 복잡할수록,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수록 우리는 더 많은 말을 준비한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왜 그 선택이 불가피했는지, 왜 지금의 모습이 최선이었는지를 조심스럽게 엮어낸다.설명은 성실함의 언어처럼 보인다. 설명을 하는 사람은 책임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고, 설명을 거부하는 사람은 회피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말한다. 말하지 않는 대신 감당해야 할 평가를 견디기보다, 말로 상황을 정리하려는 쪽을 선택한다.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설명은 사실을 밝히는 일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는 장치가 된다. 이해를 구하기 위한 언어가 아니라, 판단을 늦추..
❝질문하는 존재에서 침묵하는 존재로❞아이는 질문을 통해 세상과 접속한다.표정 없는 사물에게 이름을 달고, 이유 없는 감정 앞에 이름표를 붙이며, 불편한 감각을 말로 풀어낸다.질문은 단지 알고자 하는 욕망이 아니라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이다.그러나 질문이 깊어지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그 순간은 단지 ‘묻지 않는 시기’가 아니라아이의 사고가 잠시 멈춘 상태로 진입한 시간이다.이 글은 질문이 멈추는 순간들을 하나씩 살펴보며그 안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를 들여다보고자 한다.1) 질문이 자주 잘릴 때 — “다음에”, “나중에”아이의 질문이 어른 사이에서 자주 끊긴다.정답이 아니라 탐색의 말이 요구되는 순간에도어른은 타이밍을 이유로 질문을 멈추게 한다.“지금 얘기할 때가 아니야.”“그건 조금 크면 알게 돼.”“그냥 ..
“아이를 위해 멈추는 용기: 쉼의 철학 배우기”— 멈춤은 포기가 아니라, 성장의 숨입니다. 우리는 늘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말 속에서 자랐습니다.바쁘게, 치열하게, 쉬지 않고 나아가야만더 좋은 엄마, 더 좋은 아빠,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으며 살아왔습니다.그러나 양육은 달리기 경주가 아닙니다.더 빠르게 뛰기 위해 필요한 것은속도를 높이는 근육이 아니라적절히 멈춰 숨을 고를 회복의 리듬입니다.아이를 위해 멈춘다는 것은내가 게으르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라,오히려 더 깊은 사랑을 선택하는 태도입니다.쉼은 아이를 위해 잠시 주어지는 배려가 아니라,아이와 나를 함께 살리는 철학적 실천입니다. 🌿 1) 멈춘다는 건 나태함이 아니다우리는 “멈춤”을 오랫동안 부정적인 말로 배웠습니다.• 쉴 틈 없이 일해야 ..
— 책임을 인정하는 어른의 태도가 아이의 양심을 만든다부모는 사과를 망설인다.아이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일이권위를 무너뜨릴까 봐,질서를 흐트러뜨릴까 봐,아이를 버릇없게 만들까 봐.그래서 많은 부모는사과 대신 설명을 선택한다.“그럴 수밖에 없었어.”“엄마도 사람이잖아.”“너를 위해서 그랬어.”이 말들은 사과처럼 들리지만사과가 아니다.그 말들 속에는책임의 인정이 빠져 있다.이 글은 말한다.아이 앞에서의 사과는약함이 아니라 책임의 언어라고.1. 사과는 관계의 힘을 약화시키지 않는다부모가 사과를 두려워하는 이유는관계의 위계가 흔들릴까 봐서다.하지만 아이가 신뢰하는 것은완벽한 어른이 아니라일관된 어른이다.실수했을 때 인정하고,상처를 줬다면 사과하는 어른.이 일관성은권위를 약화시키지 않는다.오히려권위의 정당성을 만..
— 감정을 억누르는 기술이 아니라, 관계를 지키는 윤리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화가 나서 그랬어.”“그땐 감정이 앞섰지.”마치 화가 났다는 사실이말의 방향과 상처를어느 정도 정당화해 주는 것처럼.하지만 아이 앞에서의 분노는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가 된다.부모가 화가 난 상태로 말을 건네는 순간,아이에게 전달되는 것은논리도, 훈육도, 설명도 아니다.감정이 통제되지 않을 때말은 무기가 된다는 사실이 글은화를 느끼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그것은 불가능하고,또 인간적이지도 않다.이 글이 말하고 싶은 것은 단 하나다.화가 난 상태에서는 말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1. 분노는 말보다 빠르게 전달된다아이들은 어른의 말을문장으로 먼저 이해하지 않는다.목소리의 높낮이호흡의 속도얼굴의 근육이 모든 것을 먼저 ..
— 말로 이기지 않겠다는 결심이 아이의 사고를 자라게 할 때부모는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설명한다.왜 그래야 하는지, 왜 그러면 안 되는지, 왜 지금은 안 되고 나중이어야 하는지.부모의 하루는 사실상 끝없는 설득의 연속이다.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사회 규범을 가르치기 위해서,실수를 줄여주기 위해서라는 이유로부모는 아이의 말 위에 자신의 말을 덧붙인다.그런데 어느 순간,우리는 문득 깨닫는다.아이가 말을 잘 듣는 것 같지만생각은 점점 말라가고 있다는 느낌을.이 질문에서 이 글은 시작된다.설득받으며 자란 아이는과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어른이 될까? 1. 설득은 언제나 힘의 구조를 전제로 한다설득은 중립적인 행위처럼 보이지만,그 안에는 분명한 힘의 비대칭이 존재한다.부모는 경험을 가지고 있..
— 이해하려는 태도가 아이의 사고를 자라게 하는 순간부모는 아이의 말을 자주 듣고 있다고 생각한다.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누구와 다퉜는지,왜 울었는지.하지만 ‘듣는다’는 말의 의미를조금 더 들여다보면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나는 정말 끝까지 듣고 있는가?아니면 중간에 이미 판단하고 있는가?아이의 말을 끝까지 듣는다는 것은단순한 예의나 양육 기술이 아니다.그것은아이의 존재를 하나의 사고하는 주체로인정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1. 아이의 말은 늘 미완성으로 시작된다아이의 말은 어른처럼 정리되어 있지 않다.앞뒤가 뒤섞이고,중요한 부분은 빠지고,사소한 감정이 과장되기도 한다.그래서 어른은 쉽게 개입한다.“그러니까 네 말은 이거잖아.”“결론부터 말해.”하지만 이 개입은아이의 말을 도와주는 듯 보이..
— 아이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기 위한 가장 어려운 선택부모가 된다는 것은아이를 위해 앞으로 나서는 일이면서 동시에,언젠가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날 준비를 하는 일이다.하지만 우리는앞으로 나서는 연습은 많이 했어도,물러나는 연습은 거의 해보지 않았다.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개입했던 손이어느 순간부터는아이의 선택을 대신하고,아이의 실패를 막고,아이의 성장을 늦추고 있지는 않은지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순간이 온다.부모는 언제 물러나야 할까.이 질문은 무책임의 문제가 아니라성숙한 책임의 문제다.1. 아이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할 때부모가 앞서 나서야 하는 시기는아이에게 아직 질문보다 공포가 클 때다.하지만 아이가 이렇게 말하기 시작한다면,“내가 해볼게.”“실패해도 괜찮을 것 같아.”“왜 이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