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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엄마라는 정체성은, 아마도 ‘두 개의 삶을 동시에 사는 사람’에 가장 가까울지 모릅니다. 회사에서의 하루는 시스템과 성과로 측정되고, 집에서의 하루는 사랑과 책임으로 기준이 만들어지죠. 그래서일까요. 우리는 매일 ‘일’과 ‘육아’라는 두 개의 커다란 파도를 번갈아 헤엄칩니다. 오전엔 직장이라는 물속에서 숨을 참고 버티고, 퇴근 후엔 다시 엄마의 이름으로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나올 틈도 없이, 실은 숨 쉴 틈조차 놓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그렇다 보니, ‘멈춘다’는 말은 우리에게 이상하게도 죄책감을 동반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고, 잠시 쉬는 동안에도 머릿속 체크리스트는 줄지 않습니다.
현관 앞에 쌓인 배달 박스, 밀린 설거지, 내일 아이가 입을 옷, 체육복, 알림장 숙제, 유치원 준비물, 시댁 일정, 친정 안부, 회사 과제, 메일, 미팅, PPT.

우리는 멈추면 큰일이 날 것처럼 살아갑니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하나를 던져보고 싶었습니다.
정말 멈추면 안 되는 걸까요?
혹은, 멈춤이 우리를 더 나은 엄마로, 더 온전한 존재로 만들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글은 그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 ‘쉬어도 괜찮다’는 문장이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질까

어느 날 밤, 아이를 재우고 나서 설거지 앞에 서 있었습니다. 싱크대에 수북하게 쌓인 식기들은 나를 재촉했습니다. 빨리 해치우고, 빨래도 돌리고, 내일 아침 장도 봐야 하고, 자기개발 책 몇 페이지라도 읽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손을 멈추게 만드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지금 잠깐 쉬면 안 될까?”

그 질문이 내 안에서 꽤 오래 울렸습니다.
그냥 소파에 앉아 조용히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겨우 3분.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마음이었을 뿐인데, 그 3분조차 내겐 허락하기 어려웠습니다.

왜일까요?

  1. 엄마는 멈추지 않는 존재여야 한다는 믿음
  2. 쉬는 건 게으름이라는 오랜 학습
  3. 나를 위한 시간보다 아이를 위한 시간이 우선이라는 습관
  4. 멈추면 불안해지는 성취 중심적 사고

우리는 쉼을 사치로 여깁니다.
하지만 사실 쉬지 않는 삶은, 오히려 나를 잃어가는 지름길일지도 모릅니다.

세네카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하죠.

“땅이 휴식을 취할 때 더 비옥해지고, 인간의 정신도 멈춤을 통해 깊어진다.”

그는 게으름을 허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재생시키기 위한 멈춤을 받아들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하는 ‘육아’라는 일은 기계적 효율로 측정되는 작업이 아닙니다.
사랑, 인내, 감정, 관계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마음을 소모하는 만큼 다시 채우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멈추지 않는 엄마가 주는 사랑은 종종 ‘지친 사랑’이다

오늘 하루 종일 아이를 위해 움직였는데, 정작 아이에게 웃어줄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은 날, 아마 당신도 있었을 겁니다.
아이를 재우기 전 마지막 말이 달콤한 인사보다 날선 훈육이 되는 날.
“엄마는 왜 맨날 화나 있어?”
그 말이 마음에 비수처럼 꽂히는 날.

나는 사랑하려고 애썼는데, 아이는 내가 화내는 사람으로만 기억하는 날.

육아는 체력만이 아니라 감정과 정신까지 함께 쓰는 일입니다.
그리고 감정은 ‘충전 없이 무한히 뽑아낼 수 있는 자원’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어느 지점에서는 이렇게 말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쉬어야 아이에게 더 좋은 엄마가 된다.”

휴식이 곧 사랑을 위한 투자라는 사실.
우리는 그 단순한 진리를 자주 잊습니다.

■ 멈춤은 아이를 위하는 가장 큰 용기다

아이들은 엄마의 표정을 보며 세상을 배웁니다.
엄마의 호흡이 조급하면 아이의 눈빛도 흔들리고,
엄마가 늘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아이도 편안함을 모릅니다.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듯,
엄마가 자신을 돌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이에게 주는 평생의 교과서가 됩니다.

엄마가 자기 마음을 돌보는 아이를 키우고 싶다면,
엄마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겠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적어봅니다.

아이를 위해 멈추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성장’이다.
아이를 위해 쉬는 것은 책임 회피가 아니라 사랑의 형태다.
멈춤은 아이를 진짜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여백이다.

■ 멈추는 법을 배우는 작은 루틴들

이 멈춤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명상센터를 찾아가거나, 1시간 단위 계획표를 만들거나, 조용한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됩니다.
진짜 필요한 멈춤은 아주 작게, 아주 가볍게, 아주 자연스럽게 시작됩니다.

▷ 1) 아이가 놀 때, 굳이 개입하지 않기

우리는 아이가 혼자 노는 시간에도 뭔가 해줘야 한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아이가 혼자 블록을 쌓고 있다면,
그 순간 잠시 눈을 감고 숨 한 번 고르는 것만으로도 멈춤이 됩니다.

그때 들리는 아이의 목소리, 장난감 부딪히는 소리 —
평소엔 그냥 ‘소음’으로 들렸던 모든 게
사실은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 2) 하루의 끝, 단 10분의 ‘엄마만의 방’

그 방은 실제 공간이 아니어도 됩니다.
머릿속에 존재하는 작은 휴식의 방이면 충분합니다.
불을 끄고 누워, 오늘 하루의 감정 중 마음에 남은 것 하나만 꺼내봅니다.
‘내가 참 애썼다’는 말 하나만 스스로에게 건네도 좋습니다.

▷ 3) ‘비우는 할 일 리스트’

해야 할 일을 줄이는 대신 하지 않을 일을 정하는 것.
오늘은 집안일 중 하나를 과감히 제외합니다.
설거지? 내일 아침으로 미뤄도 집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빨래? 하루쯤 늦게 개도 아이는 여전히 잘 웃습니다.
우리가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들 중 상당수는 사실, 미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 4) 산책 — 목적 없이 걷는 시간

아이와 걸을 때, 굳이 교육적인 대화를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바람 좋다.’
‘하늘이 파랗네.’
‘오늘 너 많이 웃었더라.’

그렇게 걷는 시간은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회복이 되는 시간입니다.

■ 육아의 중심이 ‘아이’에서 ‘관계’로 바뀌는 순간

육아를 하다 보면 종종 이런 착각에 빠집니다.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 =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하는 것
하지만 모든 것을 주는 것이 항상 최선이 되는 건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건, 우리입니다.
아이와 나의 관계, 아이와 나의 감정, 아이와 나의 일상.
관계가 건강하려면 두 존재 모두 숨을 쉴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아이에게 좋은 것을 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가끔은 아이도 우리에게 멈춤을 허락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잊습니다.
아이 역시 엄마가 행복하길 바랍니다.
엄마가 웃을 때 아이는 더 행복하고, 엄마가 여유로울 때 아이는 더 안전함을 느낍니다.
우리가 쉬는 것은 아이에게 안정이라는 선물을 만드는 일이 됩니다.

■ ‘지금 멈출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오래 사랑할 수 있다’

어느 엄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아이를 너무 사랑해서 쉬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쉬지 않은 내가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을 잃어가고 있음을 알았다.”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나 역시 비슷한 마음을 지나왔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위해 모든 걸 해낸다며 나를 몰아붙였던 날,
정작 아이 앞에서 웃을 수 없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더 잘해주고 싶었는데, 더 따뜻한 엄마이고 싶었는데 —
내 마음은 이미 너무 피곤해서 아이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 했습니다.

그 후로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아이를 위해 멈추는 엄마가 되자.
아이 앞에서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 되자.

그리고 매일 아주 조금씩 실천을 시작했습니다.
10분의 멍 때리기,
하루 한 번의 깊은 숨,
오늘 한 가지만 덜 하기,
아이와 말없이 바라보기.

이 작은 멈춤들이 쌓이자,
신기하게도 아이와의 하루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내 목소리가 부드러워졌고,
작은 실수에 덜 예민해졌고,
아이의 행동을 고치려 하기보다 이해하려는 내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이가 말했어요.

“엄마 요즘 웃는 얼굴이 많아졌어.”

그 말 한마디가 쉼의 의미를 완성해주었습니다.
나는 알았습니다.
멈추는 것은 아이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것을.
엄마가 쉬면, 아이도 웃는다는 것을.

■ 멈춤은 목표가 아니라 태도다

휴식은 일처럼 ‘달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할 일 목록에 “쉼 → 체크 ✔”라고 표시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멈춤은 태도입니다.
나에게도 여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
내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태도.
쉬어도 사랑이 줄지 않음을 믿는 태도.

우리는 달리는 법은 잘 배우지만, 멈추는 법은 배운 적이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반대도 배워야 합니다.
달리는 힘과 멈추는 힘 —
둘 모두가 균형을 가질 때
우리는 더 깊고 단단한 삶을 살아갑니다.

■ 오늘, 단 5분만이라도 멈출 용기를 갖자

이 글을 다 읽은 당신이 지금 어떤 마음일지 상상해봅니다.
혹시 잠깐 마음이 고요해졌나요?
혹은 멈추고 싶지만 아직 두려움이 남아있나요?
괜찮습니다.
쉬는 법은 하루아침에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아이가 걷기까지 수없이 넘어졌듯,
엄마의 멈춤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오늘은 아주 작게 시작해봅시다.

지금 이 순간, 5초만 숨을 들이마셔요.
그리고 7초 동안 천천히 내쉬어보세요.
몸이 조금 느슨해지지 않나요?

오늘 밤 잠들기 전,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도 좋습니다.

“나는 오늘도 잘해냈다.
그리고 내일도 잘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멈춰도 된다.”

엄마에게도 쉼이 필요하고,
엄마가 쉬어야 아이도 웃습니다.

멈추는 용기는 결국, 더 오래 사랑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오늘 그 선택을 나에게 허락해봅시다.

아이를 위해 멈추는 용기: 쉼의 철학 배우기
아이를 위해 멈추는 용기: 쉼의 철학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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