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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정리와, 잃어가던 나의 존재감 다시 찾기
밤 10시 37분.
거실엔 아이 방에서 새어 나오는 약한 숨소리,
식탁 위엔 미처 치우지 못한 컵 하나,
그리고 나만 남은 조용한 시간.
하루가 끝나고 이런 고요가 찾아오면,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오늘 나로 살았는가?
아니면 역할로만 하루를 통과했는가?
회사에서 직장인으로, 집에서 엄마로, 아내로, 딸로.
하루 종일 ‘누군가의 역할’을 수행하다 보면
정작 ‘나’라는 사람은 어디에 있었는지 놓치기 쉽다.
그래서 나는 하루를 정리하는 마지막 10분을
나를 되찾는 시간으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그 시간이 나에게 준 이름은, 철학 일기.
✍ 왜 하필 ‘철학 일기’인가?
보통 일기라 하면
하루에 있었던 일, 기분 좋았던 순간, 짜증났던 이유 등을 적는다.
하지만 철학 일기는 조금 다르다.
철학 일기는 감정을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뿌리를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보자.
오늘 아이가 밥을 안 먹어 짜증 났다.
여기서 끝나면 그건 그냥 감정 기록이다.
철학 일기는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간다.
왜 짜증이 났을까?
아이 때문인가? 기대 때문인가?
혹은 내가 피곤했기 때문일까?
나는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려 했던 건 아닐까?
감정은 단순한 현상이 아니다.
그 뒤에는 기대, 해석, 지난 경험이 숨어 있다.
스토아 철학은 말한다.
사건보다 무서운 건 사건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다.
따라서 철학 일기는
감정을 인정하고 → 해석을 분리하고 → 나의 태도를 바라보게 한다.
이 10분은 단지 글을 쓰는 시간이 아니라,
내 마음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시간이다.
🌿 철학 일기 쓰는 법 – 아주 간단하지만 깊은 3단계
단 10분이면 된다.
하지만 그 10분을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천천히 생각하기, 그리고 나를 정직하게 바라보기.
① ‘사건’만 적는다
-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 그 상황은 객관적으로 어떻게 전개됐는가
✔ 팁: 감정이나 해석은 뒤로 미루기
예) 아이에게 숙제 하라 했는데 20분간 하지 않았다.
② 그때 느낀 ‘감정’을 정직하게 기록한다
- 짜증? 불안? 충격? 억울함? 미안함?
- 감정 앞에서 이유를 붙이지 않기
✔ 팁: 해석 대신 감정만
예) 화를 느꼈다. 실망스러웠다. 걱정됐다.
③ 마지막에 묻는다
나는 왜 그렇게 느꼈을까?
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했을까?
이 감정은 ‘내가 통제 가능한 영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
이 질문 하나가
그저 불쾌했던 하루를 배움의 하루로 바꾼다.
감정을 해체하면, 감정은 나를 휘두르지 못한다.
📌 철학 일기의 효능: 마음이 천천히 정리되는 경험
나는 철학 일기를 쓰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나는 아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게 아니라,
‘좋은 엄마’여야 한다는 스스로의 기준 때문에 지쳤던 것이었다.
아이의 떼쓰기 → 화가 난 나 →
사실은 내 에너지 고갈 + 완벽함 추구 = 폭발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내 기대와 감정이 어긋난 순간이었다.
철학 일기는 나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감정은 사실 나의 욕망과 기준이 깨진 지점에서 생겨난다.
그래서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은 나를 들여다보는 일과 같다.
그때부터 감정은
나를 공격하는 칼에서 나를 이해하는 지도가 되었다.
🧘♀️ 10분이 쌓이면, 존재감이 되살아난다
우리는 매일 많은 일을 하지만,
정작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은 거의 없다.
철학 일기를 쓰기 전의 나는
매일 바쁘게 살았지만, 깊이 있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오늘도 버텼다.” 거기서 끝이었다.
하지만 일기를 쓰기 시작한 후,
나는 나를 다시 만났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유독 불안한 사람인가?
나는 왜 인정받는 데 예민하게 반응하는가?
나는 무엇을 잃을까 두려워하는가?
질문은 스스로를 자꾸 불러냈다.
그리고 어느 날 깨달았다.
나는 생각보다 단단한 사람이었고,
생각보다 많이, 깊이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철학 일기는 내 존재감을 복구시켰다.
내가 사라진 하루에서
내가 돌아오는 길을 열어주었다.
✨ 철학 일기에 쓰면 좋은 질문 50선
매일 하나씩만 골라 써도 된다.
그 질문은 당신을 조금씩 당신에게로 가져올 것이다.
- 오늘 내가 가장 크게 반응했던 순간은 무엇인가?
- 그 감정의 뿌리는 어디에 있는가?
- 나는 무엇 때문에 상처받았는가?
- 그 기대는 누구의 것인가, 나의 것인가?
- 오늘 내가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 나는 무엇을 놓아도 괜찮은가?
- 내 삶에서 더 소중히 다룰 것 한 가지는 무엇인가?
- 오늘 나에게 고마웠던 순간은 언제인가?
- 나는 나 자신에게 너무 엄격하지 않았는가?
- 내가 사랑하는 방식은 어떤 결을 가지고 있는가?
이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 마음 깊은 곳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나는 여전히 나로 존재하고 있다.”
🌌 마지막 문장
철학 일기는 거창하지 않다.
그저 하루의 먼지를 털어내듯
마음을 한 번 닦아내는 정도다.
하지만 그 작고 사소한 10분이
나를 살리고, 나를 회복시키고,
흔들리던 정체성을 되돌려 놓는다.
아이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오늘의 일기 마지막 문장을 쓴다.
오늘도 나는 존재했다.
그리고 내일도, 나는 다시 나로 살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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