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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은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니라, 읽어야 할 신호다❞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어른의 몸은 먼저 긴장한다.
주변의 시선, 상황의 불편함, 이 울음을 어떻게 멈출 것인가에 대한 조급함이 동시에 밀려온다. 그 순간 가장 쉽게 꺼내 드는 것이 말이다. 설명하거나, 타이르거나, 이유를 묻거나, 옳고 그름을 가르친다.

그러나 울음이 한창인 순간에 던지는 말은, 아이에게 도달하기보다 공중에서 흩어진다. 울음은 아직 말의 세계로 들어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아이의 울음 앞에서, 우리가 너무 빠르게 훈계를 선택해 온 이유와 그 결과를 살펴보려 한다.

1) 울음은 통제의 실패가 아니라 감정의 과부하다

아이의 울음은 종종 ‘통제가 안 되는 상태’로 해석된다. 그래서 어른은 먼저 통제하려 든다. 울음을 멈추게 하고, 상황을 정리하고, 다시 정상으로 돌려놓으려 한다.

하지만 울음은 통제의 실패가 아니라, 감정이 감당 가능한 용량을 넘어섰다는 신호다. 아직 분류되지 않은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들 때, 아이가 할 수 있는 표현은 울음뿐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감정을 줄이라고 요구하는 말이 아니라, 감정이 머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다.

2) 감정이 최고조일 때는 사고가 작동하지 않는다

어른은 종종 말한다.
“왜 우는지 말로 해 봐.”

그러나 감정이 최고조에 있을 때, 아이의 사고 기능은 잠시 내려간다. 말로 정리할 수 없는 상태에서 설명을 요구받으면, 아이는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느끼게 된다.

이때의 훈계는 가르침이 아니라 좌절을 더하는 경험이 된다.

3) 울음 앞에서 어른의 불안이 먼저 튀어나온다

아이의 울음은 아이의 감정만이 아니라, 어른의 불안도 함께 건드린다. ‘내가 잘못 키우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 이 상황이 통제되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앞선다.

그래서 훈계는 아이를 위한 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른 자신의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말이 길어질수록, 어른은 안정되지만 아이는 더 멀어진다.

4) 울음을 멈추게 하는 말과, 울음을 지나가게 하는 태도

울음을 멈추게 하는 말은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협박, 조건, 비교, 권위는 아이를 조용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침묵은 감정이 정리된 결과가 아니라, 감정이 눌린 결과다.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다음 상황에서 더 크게 돌아온다.

울음을 지나가게 하는 태도는 다르다. 어른이 곁에 머물고, 조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고, 감정이 스스로 가라앉을 시간을 허용한다.

5) 아이는 울면서 배우지 않는다

많은 어른이 울음의 순간을 교육의 기회로 생각한다. 지금 가르쳐야 다음엔 울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는 울고 있는 동안 배우지 않는다. 배움은 감정이 진정된 이후에야 가능하다. 울음의 한가운데서 던진 교훈은 기억으로 남지 않는다.

먼저 필요한 것은 멈추게 하는 말이 아니라, 버텨주는 존재다.

6) 훈계보다 먼저 필요한 공감은 해결책이 아니다

공감 역시 때로는 서둘러 사용된다.
“그럴 수 있지.”
“속상했겠다.”

이 말들이 진심이 아닐 때, 아이는 쉽게 알아챈다. 공감이 문제를 빨리 끝내기 위한 도구가 될 때, 아이는 여전히 혼자라고 느낀다.

이 순간의 공감은 감정을 없애기 위한 말이 아니라, 감정이 존재해도 괜찮다는 신호여야 한다.

7) 감정을 다스리라는 말은 너무 이르다

어른은 자주 말한다.
“이제 그만 울고, 감정 조절해야지.”

그러나 감정을 다스리는 능력은, 다스려 보라는 말로 생기지 않는다. 충분히 느껴보고, 안전하게 표현해 본 경험 위에서 서서히 만들어진다.

울음을 허용받지 못한 아이는, 감정을 조절하는 법이 아니라 감정을 숨기는 법을 배운다.

8) 어른이 먼저 숨을 고를 때 아이도 배운다

아이에게 감정을 가르치고 싶다면, 어른이 먼저 자신의 감정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아이의 울음 앞에서 어른이 무너지지 않고 머물 수 있을 때, 아이는 비로소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얻는다.

이 경험은 말보다 오래 남는다.

마무리: 울음은 멈춰야 할 대상이 아니다

울음은 잘못이 아니다. 그것은 아직 말이 되지 못한 감정의 언어다.

울음이 멈추기 전에 필요한 것은 훈계가 아니라, 기다려 주는 태도다. 감정을 고치려 하기보다, 감정이 지나갈 수 있도록 곁을 내어주는 것.

아이의 감정은 그렇게, 안전한 관계 안에서 조금씩 정리되는 법을 배운다.

 

울음이 멈추기 전에 필요한 것은 훈계가 아니다
울음이 멈추기 전에 필요한 것은 훈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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