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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가르치기 전에, 감정을 대하는 어른의 태도부터❞

아이가 감정을 드러내면 어른은 곧바로 걱정한다.
이 감정이 너무 크지는 않은지, 이대로 두면 버릇이 되지는 않을지,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데 문제가 되지는 않을지.
그래서 우리는 쉽게 말한다.
“그 정도로 화낼 일은 아니야.”
“이제 그만 진정해.”
“감정 좀 조절해야지.”
그러나 이 말들 속에는 하나의 전제가 숨어 있다.
지금 이 아이의 감정은 과하고, 잘못되었으며, 수정되어야 한다는 전제다.
이 글은 아이에게 감정을 다스리라고 말하기 전에, 어른이 먼저 돌아봐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1) 감정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반응의 결과다
아이의 감정은 이유 없이 튀어나오지 않는다.
그 감정은 상황에 대한 반응이고, 관계 안에서 생긴 결과다.
그럼에도 어른은 종종 감정을 떼어내어 바라본다.
마치 아이의 성격 문제이거나, 훈련되지 않은 습관처럼 다룬다.
감정을 다스리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감정이 만들어진 맥락보다 감정의 크기만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을 줄이라는 요구가 아니라, 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를 함께 바라봐 주는 시선이다.
2) 감정이 클수록 아이는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의 감정이 격해질수록, 아이는 자신의 상태를 설명할 수 없다.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말은 엉키며,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흐려진다.
이때 “말로 해 봐”라는 요구는 아이를 더 곤란하게 만든다.
아이 스스로도 모르는 것을 설명하라고 요구받을 때,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부적절한 것으로 느끼게 된다.
감정을 다스리라는 말은, 아이가 감정을 이해하기도 전에 던져지는 너무 빠른 결론이다.
3) 감정을 조절하라는 말 뒤에 숨은 어른의 불안
아이의 감정을 견디기 어려운 이유는, 그 감정이 어른의 불안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주변의 시선,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 ‘좋은 부모’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작동한다.
그래서 감정을 다스리라는 말은 아이를 위한 조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른 자신을 안정시키기 위한 선택이 되기 쉽다.
말을 건네는 순간 어른은 한숨 돌리지만, 아이의 감정은 여전히 갈 곳을 잃는다.
4) 감정 조절은 지시로 배우지 않는다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은 명령으로 생기지 않는다. “참아.” “그만해.” “이제 어른스럽게 행동해.”
이 말들은 아이를 조용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아이는 이 과정을 통해 감정을 정리하는 법이 아니라, 감정을 숨기는 법을 먼저 배운다.
조절은 억압 위에서 자라지 않는다.
5) 아이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이름 붙여지는 경험이다
아이의 감정은 종종 덩어리 상태로 존재한다. 화, 서운함, 억울함, 두려움이 섞여 있어 스스로도 구분하지 못한다.
이때 어른의 역할은 감정을 줄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무엇인지 천천히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많이 속상했구나.” “기대했던 게 있었구나.”
이 경험을 통해 아이는 감정이 통제해야 할 적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는 것을 배운다.
6) 감정을 허용받은 아이만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
감정이 허용되지 않은 환경에서는 조절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평정이 아니라, 감정이 있어도 관계가 깨지지 않는다는 확신이다.
감정을 드러냈을 때 혼나지 않았던 경험, 밀어내지지 않았던 기억이 쌓일수록 아이는 조금씩 스스로 감정을 다루는 힘을 갖게 된다.
조절은 결과이지 출발점이 아니다.
7) 어른이 먼저 감정을 다루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에게 감정을 가르치고 싶다면, 어른이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먼저 드러난다. 불편함을 숨기지 않되 폭발시키지 않는 모습, 화를 느끼되 책임 있게 표현하는 태도는 말보다 강한 교육이 된다.
아이들은 지시보다 장면을 기억한다.
마무리: 감정을 다스리라는 말은 가장 마지막에 와야 한다
아이에게 감정을 다스리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물어야 한다. 이 감정이 어디에서 왔는지, 이 아이가 지금 무엇을 견디고 있는지.
감정은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니라, 관계 안에서 다뤄져야 할 신호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을 없애는 법이 아니라,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법이다. 그 배움은 언제나 어른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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