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마음 위에 올려두는 한 줌의 고요아침 6시.눈을 뜨기도 전에 머릿속이 먼저 깨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오늘 해야 할 업무, 제출해야 할 서류, 아이 등원 준비, 냉장고 속의 반찬 상태, 회사 출근 시간 계산…몸이 침대에 붙어 있어도 마음은 이미 전력 질주 중이다.워킹맘의 하루는 늘 쫓기고, 이루어야 하고, 맞춰야 한다.긴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우리는 이미 지쳐 있다.나는 한동안 이 피로를 ‘당연한 것'이라 여겼다.좋은 엄마, 성실한 직장인, 무너지지 않는 사람.그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금쯤 힘든 것은 견뎌야 한다고 믿었다.그러나 어느 날 문득, 회사 컴퓨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를 발견했다.메일 앞에서 손가락이 멈추고, 점심 메뉴 하나도 고르기 힘들고,사소한 말에도 마음이 쉽게 ..
더 많은 ‘일’을 하기보다, 더 온전히 ‘나’로 존재하는 법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나는 오늘도 뭔가를 해내지 못하면 스스로 가치 없는 사람처럼 느끼는 건 아닐까?할 일을 끝내야 마음이 놓이고,누군가의 인정이나 결과가 나와 하루의 평가 기준이 되고,쉬는 시간에도 “이러고 있어도 되나?”라는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오고.우리의 삶은 언제부터인가 ‘무엇을 했는가’가 사람이 된 기준이 되어버렸습니다.나는 내가 해낸 성과를 나라고 착각하고,잠시 멈춰 있을 때조차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에게 실망하거나 초조해합니다.하지만 문득 이런 질문이 들었습니다.나는 내가 ‘하는 일’이 아니라,그저 ‘존재하는 나’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한 사람일까?■ 성취 중심의 나 — 끝없이 달려왔던 시간우리는 오랜 세월 해내야만 존재 의미가 증명..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엄마라는 정체성은, 아마도 ‘두 개의 삶을 동시에 사는 사람’에 가장 가까울지 모릅니다. 회사에서의 하루는 시스템과 성과로 측정되고, 집에서의 하루는 사랑과 책임으로 기준이 만들어지죠. 그래서일까요. 우리는 매일 ‘일’과 ‘육아’라는 두 개의 커다란 파도를 번갈아 헤엄칩니다. 오전엔 직장이라는 물속에서 숨을 참고 버티고, 퇴근 후엔 다시 엄마의 이름으로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나올 틈도 없이, 실은 숨 쉴 틈조차 놓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그렇다 보니, ‘멈춘다’는 말은 우리에게 이상하게도 죄책감을 동반합니다.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고, 잠시 쉬는 동안에도 머릿속 체크리스트는 줄지 않습니다.현관 앞에 쌓인 배달 박스, 밀린 설거지, 내일 아이가 입을 옷, 체육복, 알림장..
— 우리는 부족해서 힘든 게 아니라, 너무 많은 역할을 떠안고 있어서 힘들다퇴근길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본 적 있는가.생각보다 더 지쳐 있고, 눈빛엔 힘이 없고, 어깨는 늘려다 놓은 줄처럼 축 처져 있다.그런데 그 순간에도 머릿속은 쉼 없이 돈다.오늘 애기 책 읽혀야지.숙제도 봐야 하고, 저녁 뭐하지… 반찬 남아있던가?내일 발표자료도 손봐야 하는데…아, 엄마한테 전화 못 드렸네.영어학원 등록 알아봐야 했는데…일하는 엄마의 피로는 단순한 ‘육체 피로’가 아니다.그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구조적이며, 존재적이다.우리는 회사에서 직장인, 집에서는 엄마, 때때로 아내, 딸, 며느리, 친구가 된다.한 사람이 하루 안에서 서로 다른 ‘정체성’을 수차례 갈아입는다.그리고 그 모든 역할을 “잘” 해야 한다고 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