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잘 견디는 사람은, 실패를 처음 겪은 사람이 아니다❞우리는 종종 묻는다.어떻게 하면 아이가 실패에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좌절 앞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힘은 어디에서 길러질까.그래서 어른은 실패를 줄여주려 한다.넘어지기 전에 붙잡고, 틀리기 전에 알려주고, 상처받기 전에 막아준다.그러나 실패를 견디는 힘은, 실패가 없어서 생기지 않는다.그 힘은 실패를 겪는 방식 속에서 자란다.이 글은 실패를 피하게 만드는 양육이 아니라, 실패를 통과하게 만드는 경험이 어떻게 사람을 단단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1) 실패를 개인의 결함으로 해석하지 않을 때아이의 실패 앞에서 어른은 쉽게 의미를 붙인다.“그래서 네가 부족한 거야.”“노력이 모자랐잖아.”이 해석은 실패를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보이지 않게 이동할 뿐이다❞어느 순간부터 아이는 울지 않는다.화를 내지도 않고, 떼를 쓰지도 않는다. 어른의 눈에 그 아이는 ‘많이 컸고’, ‘말을 잘 듣고’, ‘이해심이 많은 아이’처럼 보인다.하지만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그 아이의 감정은 정말 사라진 것일까.아니면 더 이상 안전하게 드러낼 수 없게 된 것일까.이 글은 감정을 숨기는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서서히 형성되는 과정을 따라가 보려 한다.1) 감정을 드러냈을 때 반복되는 부정의 경험아이의 감정은 처음부터 과하지 않다.다만 어른의 기준에 맞지 않을 뿐이다.“그 정도로 속상해할 일은 아니야.”“왜 그렇게 예민해?”“그만 좀 해.”이 말들이 반복될수록 아이는 배운다.이 감정은 환..
❝사과보다 먼저 보여야 하는 것은 회복이다❞ 어른도 화를 낸다.아무리 감정을 다스리려 애써도, 피로가 쌓이고 여유가 사라지면 말은 날카로워지고 목소리는 높아진다. 그 순간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변명한다. 인간이니까, 참을 만큼 참았으니까, 상황이 그랬으니까.하지만 아이 앞에서의 분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장면이 된다. 아이는 화를 낸 이유보다, 화가 지나간 뒤 어른이 어떤 상태로 돌아오는지를 더 오래 기억한다.이 글은 화를 내지 않는 어른의 이야기라기보다, 화를 낸 뒤 어떻게 회복하는 어른의 모습이 아이에게 남는지에 대해 말하려 한다.1) 화를 냈다는 사실을 지우려 하지 않을 때많은 어른은 화를 낸 뒤 그 일을 빨리 덮고 싶어 한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거나, 분위기를 바꾸려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감정을 가르치기 전에, 감정을 대하는 어른의 태도부터❞ 아이가 감정을 드러내면 어른은 곧바로 걱정한다.이 감정이 너무 크지는 않은지, 이대로 두면 버릇이 되지는 않을지,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데 문제가 되지는 않을지.그래서 우리는 쉽게 말한다.“그 정도로 화낼 일은 아니야.”“이제 그만 진정해.”“감정 좀 조절해야지.”그러나 이 말들 속에는 하나의 전제가 숨어 있다.지금 이 아이의 감정은 과하고, 잘못되었으며, 수정되어야 한다는 전제다.이 글은 아이에게 감정을 다스리라고 말하기 전에, 어른이 먼저 돌아봐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1) 감정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반응의 결과다아이의 감정은 이유 없이 튀어나오지 않는다.그 감정은 상황에 대한 반응이고, 관계 안에서 생긴 결과다.그럼에도 어른은 ..
❝울음은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니라, 읽어야 할 신호다❞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어른의 몸은 먼저 긴장한다.주변의 시선, 상황의 불편함, 이 울음을 어떻게 멈출 것인가에 대한 조급함이 동시에 밀려온다. 그 순간 가장 쉽게 꺼내 드는 것이 말이다. 설명하거나, 타이르거나, 이유를 묻거나, 옳고 그름을 가르친다.그러나 울음이 한창인 순간에 던지는 말은, 아이에게 도달하기보다 공중에서 흩어진다. 울음은 아직 말의 세계로 들어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이 글은 아이의 울음 앞에서, 우리가 너무 빠르게 훈계를 선택해 온 이유와 그 결과를 살펴보려 한다.1) 울음은 통제의 실패가 아니라 감정의 과부하다아이의 울음은 종종 ‘통제가 안 되는 상태’로 해석된다. 그래서 어른은 먼저 통제하려 든다. 울음을 멈추게 하고, 상황..
❝우리는 무엇을 말로 가르치고, 무엇을 침묵으로 남기는가❞ 가족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전한다.하루를 어떻게 시작하는지, 저녁 식탁에 앉는 표정은 어떤지, 누군가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갈 때 공기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런 것들은 설명되지 않지만, 분명히 감지된다. 가족의 분위기는 말보다 빠르게 전해지고, 말보다 오래 남는다.아이들은 이 분위기 속에서 자란다. 무엇이 안전한지, 어떤 감정이 허용되는지, 어떤 생각은 말해도 되고 어떤 생각은 삼켜야 하는지를 분위기를 통해 배운다. 그래서 가족의 분위기는 교육 이전의 교육이며, 대화 이전의 언어다.1) 아무 일 없는 듯한 긴장겉으로 보기에 평온한 집이 있다. 큰 소리가 나지 않고,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어른들은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고, 아..
❝말을 나누고 있는데, 왜 숨이 막히는가❞우리는 대화하고 있다고 믿는다. 의견을 나누고, 설명하고,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겉으로 보기에 대화는 이어지고 있고, 말은 끊기지 않는다. 그러나 그 대화가 끝난 뒤 이상하게도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다. 말은 오갔지만, 무언가를 빼앗긴 느낌. 생각을 말했는데도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진 상태.그때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한다. 지금 나눈 것이 대화였는지, 아니면 통제였는지를.이 글은 말이 오가는 장면이 어떻게 통제의 구조로 변하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관계와 사고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를 천천히 살펴보려 한다.1) 대화는 언제 통제가 되는가대화가 통제로 변하는 순간은 의외로 조용하다. 목소리가 커지거나 강압적인 표현이 등장할 때만 통제가 시작되는 것..
❝우리는 왜 그렇게 많은 말을 하게 되는가❞우리는 설명한다. 설명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길 것 같고, 침묵하면 무책임한 사람으로 보일까 두렵기 때문이다. 상황이 복잡할수록,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수록 우리는 더 많은 말을 준비한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왜 그 선택이 불가피했는지, 왜 지금의 모습이 최선이었는지를 조심스럽게 엮어낸다.설명은 성실함의 언어처럼 보인다. 설명을 하는 사람은 책임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고, 설명을 거부하는 사람은 회피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말한다. 말하지 않는 대신 감당해야 할 평가를 견디기보다, 말로 상황을 정리하려는 쪽을 선택한다.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설명은 사실을 밝히는 일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는 장치가 된다. 이해를 구하기 위한 언어가 아니라, 판단을 늦추..
